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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는 '나는 꼼수다'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구매욕이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은뒤의 생각은 '나는 꼼수다' 이전에 읽어야 할 더 근본적인 책이라는 것이다.
'나는 꼼수다'와 비슷한 내용도 많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방송을 하기 이전에 이 책이 쓰여졌다는 것이다. 물론 책이 나온 시점은 훨씬 뒤이다. 그렇기에 출판사에서는 '나는 꼼수다'를 강조하지만, 이 책이 애시당초 그 방송을 이용하여 많은 판매부수를 올리겠다는 '꼼수'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저자인 김어준은 특유의 당당함과 솔직함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물론 거기에 불편함을 느낄 독자도 있겠지만, 김어준은 그런 것에 눈치를 보지 않는다. 무엇인가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정치'가 아니라,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정치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하는 그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것 같다.
책은 아주 쉽다. 언어가 쉽고 내용이 쉽다. 하지만 깊이 있다. 이론적인 깊이라기보다 통찰이 대단하다. 모든 이론과 삶의 정황, 인간의 정서와 욕망을 통합하면서 그것을 쉽게 풀어내고 표현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사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그의 동물적인 직감과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그 동안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정치', 그것도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현실, 대안에 대해서 명쾌하게 풀어낸다. 너무나 정치적이지만 일상적이고, 너무나 평범하지만 심오하다.
정치에 대한 통찰은 곧 삶에 대한 통찰이며, 삶에 대한 통찰은 인간에 대한 통찰이다. 이 책은 정치에 대한 이야기지만, 결국 삶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얻을 수 있는 통찰이 참 많이 있다.
정치를 이해하려면 결국 인간을 이해해야 하고, 인간을 이해하려면 단일 학문으로는 안 된다. 인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팩트와 가치와 논리와 감성과 무의식과 맥락과 그가 속한 상황과 그 상황을 지배하는 프레임과 그로 인한 이해득실과 그 이해득실에 따른 공포와 욕망, 그 모두를 동시에 같은 크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섭해야 한다.(p.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