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이름짓기

코끼리이름짓기 카테고리 종교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일반 > 기독교일반 지은이 제임스 사이어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2007년) 상세보기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서 관심은 많았지만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책은 거의 읽지를 못했다.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책이 많이 있지만 정작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를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이유일 것이다. 그 이유는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많은 책들이 우리가 고민하는 실제와 분리된 채 이론적이고 개념적 정리로 끝날 때가 많았고, 특히 한국적 상황과 담론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신국원 교수의 ‘니고데모의 안경’에서는 이러한 통찰을 제시하면서 그 동안 소개된 기독교 세계관 장단점을 포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니고데모의 안경’은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입문서로 손색이 없겠지만, 기독교 세계관의 명확한 개념정리와 그에 따른 실제 생활에서의 적용이 아쉽다. 그에 비해 ‘코끼리 이름 짓기’는 제임스 사이어의 세계관 개념의 변화를 볼 수 있고, 반성적 성찰과 더불어서 기독교 세계관의 역사적 흐름을 알 수 있어 좋은 책이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과 디자인만을 봤을 때는 아주 재미있고 쉬운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책을 펼쳤을 때는 다소 호흡이 길고 철학적인 책이었다.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에 앞서 역사 속에서 ‘세계관’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의 세계관 개념을 정리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그러한 세계관 개념에 대해서 동의하는 부분들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세계관 개념을 정리해나가고 있다.

 

제임스 사이어는 세계관을 정의하는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일곱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 일곱 가지 질문을 책에서 계속 반복하면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다. 이 일곱 가지 질문은 ‘진정으로 참된 최고의 실재는 무엇인가?’, ‘외부의 실재 즉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지식이 가능한 까닭은 무엇인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인간 역사의 의미는 무엇인가?’이다. 사실 이러한 질문들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꼭 알아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회피한 채로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자신만의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며,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자신이 어떠한 형태의 세계관을 가졌는지를 인식하고 있어야하며, 자신의 입장과 세계관에 대해서 검토하고 숙고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에서 아들이 아버지에게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무엇이죠?’라고 물어본다. 아버지는 유치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며 유치한 대답으로 세계를 받치고 있는 것이 낙타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계속 된 질문에 낙타를 받치고 있는 것은 캥커루며 캥커루를 받치고 있는 것은 코끼리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수많은 코끼리가 그 밑을 받치고 있다고 대답해버린다. 결국 저자는 그 코끼리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세계관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 코끼리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답을 하며 글을 끝낸다. 그것은 바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되신 분이 그 코끼리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바로 그 하나님이야말로 진정한 코끼리의 이름이다.